‘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필요할 때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뜻하는 리모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업무환경의 변화는 코로나19 상황 때문만이 아닙니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을 선두로 본격적인 리모크워크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리모트워크 도입 단계를 넘어,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글. 최두옥 스마트워크 디렉터
리모트워커의 일상
프랑스 파리 리모트워크 3개월 차. 이 곳에서의 하루는 조금 일찍 시작된다.
파리와 서울의 시차는 8시간이라 주로 아침에 미팅이 몰려있기 때문.
7시에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마시며 밤새 쌓인 메일과 메세지를 확인한 후,
간단히 옷을 입고 집 근처의 코워킹스페이스로 이동한다. 8시에 사무실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방음 부스에 들어가 한국 스태프와 줌(ZOOM) 미팅을 진행한다. 온라인 미팅은 안건과 관련 자료가 사전에 공유되기 때문에 미팅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다. 미팅이 끝나갈 때 쯤이면 프랑스인들도 하나 둘 출근을 한다. 개인 차원에서 집 대신 코워킹스페이스를 선택한 사람도 있고, 코로나19 기간 동안 회사가 코워킹스페이스 이용료를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방음부스에서 나와 책상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서 일을 시작한다.
오전 10시까지는 한국에서 완료한 업무들이 속속 메일로 들어오는데, 한국 스태프들이 업무를 정리하고 퇴근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전 내내 한국에서 온 자료를 리뷰하고 필요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처럼 갑자기 미팅이 잡히는 일도 없고, 업무를 방해하는 사람도 없어서 웬만한 업무는 12시 반이면 거의 마무리가 된다.
이후 함께 사무실을 쓰는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라데팡스 광장으로 산책을 나간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 때는 한 시간 이상 광장을 돌며 복잡한 문제를 깊게 고민하기도 한다. 오후 3시쯤 사무실로 돌아오면 산책하며 고민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한국 스태프에게 메일을 보낸다. 아침에 요청받은 업무도 완료해서 공유 클라우드에 올려 놓는다. 동시에 요청해야 하는 업무가 있으면 메신저로 남겨 둔다. 8시간의 시차 덕분에 퇴근하며 요청한 업무는 다음날 아침이면 처리되어 있다.
본격적인 리모트워크 시대
한국에서는 ‘리모트워크 = 재택근무' 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엄밀하게 리모트워크(Remote Work)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필요할 때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의미한다. 시·공간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일이 가능하려면 업무의 구심점은 오프라인 사무실이 아니라 온라인이 되어야 한다. 쉽게 말해 ’Virtual First‘를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과 관련된 제도와 시스템이 새롭게 세팅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의 리모트워크 진행 현황을 보면, 단순히 팬데믹 상황을 견디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본격적인 리모트워크 시대를 준비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인포시스(Infosys)나 페이스북(Facebook)은 향후 전 직원의 30-50% 에게 평생 리모트워크를 허용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모든 직원이 근무 시간의 절반을 사무실 밖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지멘스(Siemens) 역시 코로나19 이후에도 14만명의 직원 모두가 주 2-3일씩 리모트워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업무용 메신저 서비스 기업 ‘슬랙(Slack)’과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는 이보다 훨씬 적극적이어서, 수 천명에 달하는 전 직원들이 리모트워크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다. 특히 슬랙은 리모트워크에 최적화된 직원을 채용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으며, 관련 HR 제도 역시 리모트워크를 기반으로 세팅할 예정이다.
어떤 기업들은 직원의 포지션이나 성향을 고려해서 리모트워크와 사무실 출근 사이에 선택권을 주기도 한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할인매장인 타겟(Target)은 올해 중순까지 리모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리모트워크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했다. 음원서비스 기업인 스포티파이(Spotify)의 직원들은 사무실 근무, 리모트워크, 회사가 비용을 지불하는 코워킹스페이스 근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전형적인 근무 형태는 수명을 다했다고 선언한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경우, Full Remote (완전한 리모트워크), Flex (주 1-3일 사무실 근무), Office-based (주 4-5일 사무실 근무) 세 가지로 리모트워크의 형태를 구분하고 있다.
기존의 사무실은 어떻게 되나
회사의 규모가 작지 않거나, 직접 보유 혹은 임대한 부동산의 규모가 큰 회사는
기존의 사무실 규모를 축소해서 임대료 및 유지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을 포함한 전세계 대도시에는 사무용 건물의 공실이 급격하게 늘었는데,
파리의 경우 이런 건물들을 아예 주거용으로 전환하자는 논의도 활발하게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거나, 리모트워크 도입 전략이 확실하지 않은 기업은
남은 임대기간이 끝난 후 코워킹스페이스로 아예 사무실을 옮기기도 한다.
필자가 출근하고 있는 코워킹스페이스에도 이런 기업이 많다. 아예 건물 1-2개 층을 통째로 사용하는 회사도 있다. 코워킹스페이스로 이전할 경우의 이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선 컨시어지, 식당, 카페, 청소, 시설관리 등 기존의 총무팀 업무를 코워킹스페이스가 완벽하게 대행해 준다는 점. 그리고 직원의 증감에 따라 사무실 규모를 탄력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활동 반경이 넓은 기업의 경우, 한 지점에 입주하면 전세계 모든 지점의 라운지와 미팅룸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실질적인 이점이 될 수 있다.
사무실을 축소하는 대신 내부 구조를 바꿔서 사무실의 역할을 전환하는 기업도 있다. 전 직원의 영구적인 리모트워크를 선언한 드랍박스(Dropbox)가 좋은 예다. 총 2,300명이 근무하는 드랍박스는 개인 책상으로 가득 찬 기존의 사무실을 ‘Dropbox Studio’라고 불리는 협업 전용 공간으로 만들었다. 드랍박스 직원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개인 업무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렇게 바뀐 사무실이 자그마치 13곳. 이제 드랍박스 직원들에게 사무실은 더 이상 ‘일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협업하러 가는 곳’이 되었다.
리모트워크, 선택이 아닌
최적화를 고민할 때
팬데믹 초기만 해도 리모트워크는 많은 기업에게 선택의 문제였다. 그러나 이제 리모트워크를 선택이라 생각하는 기업은 없다. 오히려 리모트워크를 중심으로 채용, 승진, 조직구조, 커뮤니케이션, 교육 등 중요한 미래 전략을 다시 세우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를 위해 조직 전반을 리모트워크 기반으로 전환하는 Chief Remote Officer (최고 리모트워크 책임자) 포지션도 생겼다.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앞으로 리모트워크는 더 빠르게 고도화되고 글로벌 뉴 노멀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런 흐름에 뒤쳐져 부지불식간에 사라지는 조직이 되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리모트워크 도입 단계를 넘어,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할 것이다.
캠코의 리모트워크
최적화 방안
캠코는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임시적 재택근무제 도입을 넘어 업무 효율화를 통한 상시적 재택근무제를 안착시켜 나가고 있다.
리모트워크 적합 직무 발굴
캠코는 공사 전체 직무를 대상으로 보안위험여부, 근무장소 특정 필요 여부, 고객대면업무 여부, 타기관 협업 필요 여부, 내부전산망 필요 여부 등을 점검하여 리모트워크 적합 직무를 발굴했다. 이를 통해 1600여개의 재택근무제가 가능한 직무를 발굴했으며 분류유형에 따라 가장 적합한 리모트워크 근무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재택근무제 전사적 안착
원격접속 권한을 확대하여 총 891명의 직원들이 재택근무제를 활용하게 되었다. 더불어 전산장비를 추가 구입하여 재택근무를 위한 장비 미보유 직원 지원을 확대하고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캠코형 애자일 조직 운영
애자일(Agile) 조직이란 프로젝트의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을 구성해 협업하는 조직문화를 말한다. 캠코는 부점 간 협업이 필요한 과제에 대해 캠코형 애자일 조직을 시행하며 스마트워크제 및 재택근무제 등 리모트워크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글 최두옥. 스마트워크 디렉터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공간비즈니스그룹 '토즈'에서 팀장으로 일했다. 스마트오피스 리서치를 위해 머물렀던 유럽과 미국에서 스마트워크를 경험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스마트워크 R&D 그룹 '베타랩(BetaLab)’을 만들었다. 현재는 국·내외의 스마트워크 전문가들과 협업하면서 중견/대기업의 스마트워크 프로젝트에서 디렉터로 참여 중이다. 2021년 1월, 수많은 스마트워크 프로젝트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시행착오를 정리한 <스마트워크 바이블>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