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4월이면 섬진강을 찾는다. 핑크빛 매화를 위시하여 샛노란 산수유 꽃을 덤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이른 벚꽃을 만날 수도 있겠다. 산수유 꽃이 시들해지면 벚꽃이 방울방울 꽃봉오리를 터트릴 테니까. 어디 섬진강뿐이랴. 이맘때 남해 다랭이 논은 유채꽃이 노랗게 세상을 물들인다. 남쪽 지방에서는 노랗고 하얀색 단아한 수선화 군락이 장관이다. 도처에서 들려오는 봄꽃 소식에 어디부터 가야 할지 난감할 정도. 봄은 하릴없이 짧은데, 가야 할 곳은 또 왜 이다지도 많을까. 해마다 봄이 오면 캠퍼들의 발걸음이 그 어떤 때보다 분주해지는 이유다.
벚꽃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 아래에서 유유자적 즐기는 주말은 그야말로 낭만 자체다. 낮에는 핑크빛 꽃비를 맞으며 낭만을 만나고 밤에는 조명을 받은 밤 벚꽃을 느긋하게 감상하니 1석 2조가 따로 없다. 무엇보다 꽃놀이 겸 캠핑을 함께 즐길 수 있어 벚꽃 캠핑은 언제부터인가 봄 시즌 캠퍼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었다. 이번엔 거기에 나도 한 몫 보탤 참이다.
핑크라면 벚꽃 못지않은 매력을 가진 꽃이 있다. 매화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한눈에 보고 싶어 먼저 광양 매화마을로 향했다. 이른 새벽, 아직은 어둑한 매화 동산을 올랐다. 해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스마트폰 플래시에 기대어 겨우 전망대에 도착했지만 이게 웬걸? 매화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반가운 건 나만은 아니었나 보다. 꽤 이른 시간이었으나 명당자리는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으니까. 여명이 밝아오자 이내 찬란한 태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타올랐다. 태양의 빛을 받은 섬진강의 윤슬이 보석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어둠에 가렸던 매화밭이 온통 핑크빛으로 물결치며 선명하게 그 자태를 드러냈다. 봄의 여명이 밝았다.
구례군 산동면 일대는 산수유마을로 유명하다. 산수유꽃축제로 잘 알려진 곳으로 반곡마을, 상위마을이 대표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담하고 작아서 포근한 현천마을을 더 좋아한다. 산수유꽃 마을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걷기다. 지금 한창 아름다운 산수유꽃 돌담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우리 곁으로 깊게 스며든 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그랬다. 반려견 겨울, 바다와 함께 걸으며 산책을 즐기고 원 없이 봄을 느꼈다. 마을은 나지막한 돌담 너머로 산수유꽃과 시골집 특유의 정서가 잘 어우러져 너무 예뻤다. 산수유나무 군락과 돌담, 호수가 정겨운 풍경을 한눈에 보고 싶어 마을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는 그 이름이 무색하게도 아주 아담한 언덕 위에 있었지만, 마을 전체를 샛노랗게 휘감은 산수유꽃 흐드러진 모습을 감상하는데 그만한 곳은 없을 것이다.
광주광역시 시민의숲 야영장을 찾았다. 느긋하게 벚꽃 명소를 둘러보고 야영장에서 차박을 즐기면 그야말로 봄날의 완벽한 주말이 될 것이었다. 광주3대 벚꽃 명소라 하면 유채꽃의 노란색과 벚꽃의 핑크색이 함께 광주천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모습이 장관인 광주천 벚꽃길, 호수와 함께 핀 낭만 운천저수지 벚꽃길, 연인들의 벚꽃 데이트 성지인 우치공원(광주패밀리랜드)이 대표적이다. 너무 성급한 방문이었을까. 벚꽃은 쉽사리 곁을 내어 주지 않았다. 아직 앙상한 나뭇가지에 봉오리만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을 뿐.
광주광역시에서 운영하는 ‘시민의숲 야영장’은 차박과 캠핑이 동시에 가능 한 곳이다. 부대시설 이 그럭저럭 잘 갖춰져 있는 데다 숲과 함께 영산 강변길을 자박자박 산책할 수 있어 절로 힐링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인터넷 선착순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주말엔 경쟁이 치열하므로 시간을 넉넉히 잡아 예약하는 게 좋다.
진안군에 자리한 ‘운일암반일암 국민여가캠핑장’은 주천면 대불리와 주양리 사이의 계곡으로 울창한 수풀과 절벽에 둘러싸여 근사한 풍경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이 쾌적하고 깔끔한 게 장점! 파쇄석으로 되어있으며 사이트가 대체로 널찍하여 차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해남 땅끝마을 송호해수욕장 인근의 ‘땅끝황토나라테마촌 캠핑장’은 수변공원, 천연잔디구장, 숙박 시설까지 두루 갖추었다. 대형 캐러밴을 비롯해 250석 규모를 자랑하는 오토캠핑장은 소나무 숲과 바닷가를 동시에 만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주말 이용 시 최소 1개월 전, 벚꽃 시즌 주말 이용 시 최소 2개월 전 예약이 유리하다.
자연공원, 하천, 해수욕장은 야영 및 취사 행위가 허가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봄철에는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화기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담배꽁초, 전열 기구, 스토브 사용주의.
텐트 안, 차 안 등 밀폐된 공간에서 휴대용 가스스토브, 가스등, 가스 난방기 사용 시 일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 가능한 밀폐된 공간에서의 가스용품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자.
1년의 절반은 타지에 살며 그곳에서의 삶을 기록한다. 「오늘부터 차박캠핑」, 「보통날의 여행」,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 「시크릿 후쿠오카」, 「무작정 따라하기 오사카. 교토」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