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해 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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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중된 불안의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가
불안의 종류와 대응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불안, 인간에게 있어서 참으로 싫고 피하고 싶은 감정이다.

불안의 심리학적 정의는 일반적으로 ‘불쾌한 일이 예상되거나 위험이 닥칠 것처럼 느껴지는 불쾌한 정동 또는 정서적 상태’다. 하지만 더 쉽게 말하자면,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그 일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까를 잘 몰라서 느끼는 혼란감과 막막함이다. 그래서 인간은 참으로 불안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불안한 상태에서는 그 이후에 경험하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를 더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불안 상태에서 맞으면 훨씬 더 아프다. 불안할 때 외로우면 이 세상에서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극도의 고립감을 느낀다. 불안한 상황에서 공포영화를 보면 열 배는 더 무섭다. 이래저래 불안을 잘 다루는 것은 우리 삶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불안에도 최소한 두 가지 형태가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두 불안에 대한 우리의 대처가 완전히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불안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의학적이거나 심리학적으로 구분방법도 다양하다. 하지만 팬데믹 시대에 이런 학문적 구분을 공부하는 것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좀 더 실속 있는 두 종류의 불안에 대해서 알아보자. 그래야 대처도 더 현실성 있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첫 번째 불안은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상식적인 것이다.

적절한 대처를 하면서도 지나치게 비관적인 것에 탐닉하는 언행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물론, 불안 자체는 인간의 당연한 요소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면서도 불안함을 너무 강하게 느껴 자기의 중요한 일상에 집중을 못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과장되고 잘못된 정보에 몰입하거나 심지어 탐닉하는 모습이 나오면 이건 심각하게 생각해 볼 여지가 크다. 확인도 되지 않았거나 심지어 가짜 뉴스 중 특히 비관적인 내용을 다룬 것들을 다수가 모여 대화하는 온라인 대화방에 올리는 것과 같은 행동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마스크, 백신, 전염 과정 등 수많은 측면에서 이런 현상들은 계속해서 관찰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본질적 불안과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불안이 만나 강하게 점화됐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그 원인을 기질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강하게 내재돼 있는 그 사람의 비관적 관점에 두고 있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은 결국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나쁘게 흘러갈 것이라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그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에 매우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역시 자신이 커리어에 있어서 승승장구하거나 일정 수준의 성취를 이루고 있을 때에는 스스로도 자신의 이러한 만성적 비관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기 혹은 하락세에 들어가게 되거나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에 들어가게 되면 결국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강한 비관이 들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제 끝이 왔다’라는 식의 생각에 깊게 몰입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사회나 조직에 지니는 부정적 효과가 미묘하면서도 강력하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폐해가 무기력을 전염시키는 것이다. 해봐야 안 된다는 생각 말이다. 예를 들어, 퇴직을 앞두거나 커리어의 마무리 혹은 하락 단계에 들어선 경우, 경험 많은 노장 혹은 사람 좋은 선배의 얼굴을 한 채 앞날이 많이 남은 후배들이나 후속 세대를 부지런히 만나고 다니면서 틈 날 때마다 ‘해봐야 별 수 없다. 우리 조직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는 말을 그것도 친절하고 나긋나긋하게 전해주는 유형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사람들은 실행 방안이 전혀 없는 말들을 대안이랍시고 내놓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사회와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런 만성적이면서도 비관적 불안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다소 냉정하게 들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직의 다른 다수의 구성원들이 이들로부터 일정 정도 거리를 둘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렇다. 이런 사람들로부터는 일정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의학적 방역을 위해 일반적인 사람들과 거리두기가 필요하듯이 심리적 방역을 위해서도 이런 사람들과는 물리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반대의 불안에 의한 전혀 다른 방식의 행동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 역시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꽤 목격할 수 있다. 방역지침을 오히려 무시하고 따르지 않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단순히 겁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들 역시 불안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 불안으로부터 나오는 행동은 매우 다양하다.
일부는 확인도 되지 않은 낙관적 방법으로 안전해진다고 여전히 근거 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일부는 백신에는 이상한 칩이 들어가 있으니 맞을 필요가 없다면서 상식적인 예방 활동을 부정한다. 심지어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는다는 식의 막무가내식의 언행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다 걸려도 나는 안 걸린다는 미신적 생각도 결국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모두 용감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도 결국 불안한 사람들에 불과한데 다만 유형이 다른 것뿐이다. 어떤 불안일까? 바로, 일상이 달라지는 것에 대한 매우 큰 불안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변화에 대한 불안이 크다. 그리고 이 불안 역시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그들의 마음속에서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코로나를 만나서 그 실체가 강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이런 사람들과는 과거의 추억을 나눌 수는 있어도 미래를 논하거나 창조적인 것을 앞으로 하기는 어려우니 조심해야 한다. 물론, 이들과 기존의 것을 더 공고히 하는 일을 할 때는 당연히 꽤 괜찮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변화에 대한 불안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그 양과 강도가 유난히 높은 사람들의 유형은 여러 가지다.

직전에 큰 성공이나 성과를 거둔 사람들도 의외로 이런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거둔 성과물의 유효기간이 새로운 변화로 인해 일찍 끝나는 것이 본능적으로 싫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상황적인 경우보다는 보다 기질적이고 만성적인 요인에 기인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어떤 변화든 그것 자체를 기본적으로 매우 싫어하는 사람들 말이다. 여기에는 말로만 변화나 개혁을 외쳤던 사람들도 포함된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는 시기 역시 팬데믹 시기다. 게다가 이렇게 과장된 낙관성을 보이는 사람들은 정작 변화가 본격적으로 필요한 시점에 강하게 그 변화를 거부하면서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다.

한 사람이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지니고 있는 불안은 그 큰 사건을 만나면서 매우 강하게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는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 상황을 만나면 극단적 두 형태로 갈린다. 그것이 바로 끝없이 탐닉적인 비관과 무책임한 허세다. 둘 모두 그 사람의 만성적이고 근본적 불안을 말해준다. 주위를 잘 살펴보시라. 주위에서 이렇게 상반되게 과장된 행태 중 어느 것 하나를 고집스럽게 보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내 주위에 그런 인물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평온한 시기에는 결코 드러나지 않는 민낯들을 말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점이 있다. 우리 모두에게서 이런 측면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 팬데믹은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이 둘 중의 어느 하나의 모습이 내 안에 있는가를 볼 수 있는 기회라고도 볼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늘 이렇게 조언하고 있다. 자신의 민낯이 보일 때 이를 외면하지 말고 직면하라고 말이다. 그래야만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의 실체를 인정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인간은 이 과정을 통해서만 발전할 수 있다. 참으로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과 그로 인한 불안은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 아주대학교 김경일 교수
아주대학교 김경일 교수는 인지심리학자다.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인지심리학이란 ‘생각의 작동 방식’을 정밀하게 분해해 연구하는 일종의 물리학과 같은 연구 분야다. tvN ‘어쩌다 어른’,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등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지혜의 심리학」과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 그리고 「적정한 삶」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