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여파가 길어지는 가운데 이 어려운 시기를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해법이 필요한 때입니다.
회복탄력성을 통해 슬기롭게 해결해나가는 건 어떨까요?
글. 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
코로나19의 여파가 길어지는 가운데 이 어려운 시기를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해법이 필요한 때입니다. 회복탄력성을 통해 슬기롭게 해결해나가는 건 어떨까요?
글. 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
경제 위기는 언제나 반복해서 다가온다. 또한 경제 위기와 함께 전개되는 사회적, 경제적인 모습 또한 놀랍도록 반복된다. 경제 위기는 무역과 자금 흐름을 교란하고, 글로벌 경제 성장 속도를 둔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번창하는 국가와 몰락하는 국가가 명확히 구분되고, 몰락하는 국가에서는 종종 정치 혁명까지 촉발한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 글로벌 정세 등 경제 이외의 분야에서 촉발되는 재난 문제 또한 고조되는 상황이다. 신조어 리질리언스(Resilience)는 ‘뛰어서 되돌아가다(to jump back)’라는 뜻의 라틴어 ‘리실리오(resilio)’에서 기원한다. 즉, 재난으로 인한 시스템의 피해 영향을 최소화하고 손상된 시스템을 복구하는데 드는 노력을 최소화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회복’이란 단순히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회복력’은 단순히 피해 발생 이전 상태로의 복귀가 아니라, 피해를 반복적으로 발생시키는 구조적 문제의 개선을 통해 이전과 다른 시스템을 만들어낸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리질리언스의 대표적인 사례를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지난 2017년 메르스라는 초유의 전염병 상황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메르스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전염병에 대한 방역 체계를 점검할 기회가 있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신종 감염병 진단 시약을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2017년 3월 발의, 2018년 2월 국회를 통과한 긴급사용승인 제도 덕분이다. 당시 이 제도 또한 메르스 사태를 통해 도출한 위기 대응 전략 중 하나였다. 메르스 이후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정하였고, 대형병원에는 음압병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제화하였으며, 위험환자 선별진료제도도 도입했다.
우리 사회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여타 국가에 비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 역시 1998년 직면한 IMF 외환위기 덕분일 것이다. IMF 외환위기는 기존의 금융, 회계,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은 물론 사회 전반의 근간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혹심한 구조조정을 추진하여 견실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해 왔다. 정부는 대기업들이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도록 하는 한편, 빅딜(big deal)을 통해 핵심 계열사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도록 유도했다. 정부 스스로도 세계 10위권 수준의 외환 보유고를 유지하며 금융시장의 안전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체질 개선은 IMF 외환위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또 한 번의 리질리언스를 추구할 상황에 놓여 있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그랬던 것처럼 우리 사회가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을 수행하게 되면 그만큼의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언젠가 또 다시 도래할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되어줄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 KDI 전문연구원으로 <아침마당>, <여유만만>, <쿨까당>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일반인을 위한 교양경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경제학자의 인문학서재>, <경제학 입다, 먹다, 짓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