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 캠코
궁금해 캠코

몸은 집에 묶여있고 마음은 끝 모를 바닥으로 가라앉는 요즘.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순천으로 새해맞이 랜선 여행을 떠나볼까요? 새들은 스산한 겨울 하늘을 채우고 갈대밭은 바다와 뭍 사이 경계를 말끔히 씻어냅니다. 작은 위로를 찾아 하늘의 순리를 따르는 땅, 순천으로 떠나봅니다.

글, 사진. 밥장 여행작가

텅 빈 채로 휘청거려도 속은 몹시 여물다
순천만습지

2009년 봄 처음 다녀간 뒤 다시 찾았다. 서울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왔었는데 이번에는 통영에서 차로 왔다. 그때와 다름없이 순천만은 갈대로 가득하다. 텅 빈 채로 휘청거려도 속은 몹시 여물다. 줄기는 오염물질을 가두고 뿌리는 산소를 내뿜는다. 갈대 덕분에 깨끗해진 습지에 500종이 넘는 생물들이 모여 산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자연스럽게 습지 한가운데 파묻힌다. 조그마한 쓰레기 한 조각도 함부로 버리지 못하게끔 갈대밭은 힘차고 따뜻하고 품어준다.
용산 전망대까지 가려면 왕복 40분 넘게 걸린다. 언덕은 완만하지만 만만치 않다. 마스크 쓰고 걷다 보면 호흡이 꽤 거칠어진다. 하지만 전망대는 넉넉하게 되갚아준다. 비현실적으로 동글동글한 습지와 물길, 파형을 그리며 날아오르는 새떼, 섬들과 먼 바다까지 차곡차곡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아래 바위에 걸터앉아 차가운 맥주를 천천히 홀짝거리고 싶었다.


위치순천만길 513-25

텅 빈 채로 휘청거려도 속은 몹시 여물다
순천만습지


2009년 봄 처음 다녀간 뒤 다시 찾았다. 서울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왔었는데 이번에는 통영에서 차로 왔다. 그때와 다름없이 순천만은 갈대로 가득하다. 텅 빈 채로 휘청거려도 속은 몹시 여물다. 줄기는 오염물질을 가두고 뿌리는 산소를 내뿜는다. 갈대 덕분에 깨끗해진 습지에 500종이 넘는 생물들이 모여 산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자연스럽게 습지 한가운데 파묻힌다. 조그마한 쓰레기 한 조각도 함부로 버리지 못하게끔 갈대밭은 힘차고 따뜻하고 품어준다.
용산 전망대까지 가려면 왕복 40분 넘게 걸린다. 언덕은 완만하지만 만만치 않다. 마스크 쓰고 걷다 보면 호흡이 꽤 거칠어진다. 하지만 전망대는 넉넉하게 되갚아준다. 비현실적으로 동글동글한 습지와 물길, 파형을 그리며 날아오르는 새떼, 섬들과 먼 바다까지 차곡차곡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아래 바위에 걸터앉아 차가운 맥주를 천천히 홀짝거리고 싶었다.


위치순천만길 513-25

땅의 모습과 물의 흐름을 담은
순천만국가정원

우리나라 첫 번째 국가정원이다. 순천만 습지를 지키기 위해 도심과 습지 사이에 자리 잡았다. 봄의 정원이 화려한 만큼 겨울은 숨소리마저 삼킬 만큼 차분하다. 동문을 지나면 호수정원이 보인다. ‘우주를 담은 정원’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경관 디자이너 찰스 젱크스가 직접 설계했다. 순천에 머물면서 땅의 모습과 물의 흐름을 담아냈다고 한다. 호수정원과 수목원전망지 사이로 동천이 흐른다. 동천을 가로질러 꿈의 다리가 놓여 있다.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와 어린이들이 함께 만들었다.
다리 바깥은 유리 타일을 붙였고 안쪽은 세계 각국에서 어린이들이 보낸 14만 점의 그림들이 붙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식당, 카페, 편의점과 실내 정원, 관람차와 스카이 큐브를 운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도에서만 느끼는 겨울 햇살은 여전히 따스하다.


위치국가정원1호길 47

땅의 모습과 물의 흐름을 담은
순천만국가정원


우리나라 첫 번째 국가정원이다. 순천만 습지를 지키기 위해 도심과 습지 사이에 자리 잡았다. 봄의 정원이 화려한 만큼 겨울은 숨소리마저 삼킬 만큼 차분하다. 동문을 지나면 호수정원이 보인다. ‘우주를 담은 정원’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경관 디자이너 찰스 젱크스가 직접 설계했다. 순천에 머물면서 땅의 모습과 물의 흐름을 담아냈다고 한다. 호수정원과 수목원전망지 사이로 동천이 흐른다. 동천을 가로질러 꿈의 다리가 놓여 있다.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와 어린이들이 함께 만들었다.
다리 바깥은 유리 타일을 붙였고 안쪽은 세계 각국에서 어린이들이 보낸 14만 점의 그림들이 붙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식당, 카페, 편의점과 실내 정원, 관람차와 스카이 큐브를 운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도에서만 느끼는 겨울 햇살은 여전히 따스하다.


위치국가정원1호길 47

화포해변사진1
  • 화포해변사진2
  • 화포해변사진3
찰랑찰랑한 바다와 진득한 갯벌
화포해변

지도를 보면 순천만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두 마을이 마주 본다. 왼쪽은 화포, 오른쪽이 와온이다. 화포는 동쪽이 바다고 와온은 서쪽이다. 그래서 화포는 일출, 와온은 일몰로 유명하다. 두 마을 모두 물때에 따라 찰랑찰랑한 바다나 진득한 갯벌을 보게 된다. 화포해변의 작은 마을 길인 학산해안길에 들어서면 차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느림보가 된다. 길에 바싹 붙은 뻘과 갈대밭, 고양이처럼 늘어진 새들 그리고 종려나무가 있는 마당 딸린 집들이 까닭 모를 향수를 끄집어낸다. 마을 앞 바닷가에 진달래가 많이 피었다고 ‘(진달래)꽃 포구’, 화포라 이름지었다.
(일출 사진 제공: 순천시청)


위치별량면 학산리

화포해변사진1
  • 화포해변사진2
  • 화포해변사진3
찰랑찰랑한 바다와 진득한 갯벌
화포해변


지도를 보면 순천만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두 마을이 마주 본다. 왼쪽은 화포, 오른쪽이 와온이다. 화포는 동쪽이 바다고 와온은 서쪽이다. 그래서 화포는 일출, 와온은 일몰로 유명하다. 두 마을 모두 물때에 따라 찰랑찰랑한 바다나 진득한 갯벌을 보게 된다. 화포해변의 작은 마을 길인 학산해안길에 들어서면 차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느림보가 된다. 길에 바싹 붙은 뻘과 갈대밭, 고양이처럼 늘어진 새들 그리고 종려나무가 있는 마당 딸린 집들이 까닭 모를 향수를 끄집어낸다. 마을 앞 바닷가에 진달래가 많이 피었다고 ‘(진달래)꽃 포구’, 화포라 이름지었다.
(일출 사진 제공: 순천시청)


위치별량면 학산리

소가 누운 듯도 하고 따스한 물도 흐르는
와온해변

와온해변은 작가들 사이에서 이미 노을 사진 포인트로 유명하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밥그릇을 엎어놓은 듯한 학섬 그리고 꼬막채묘장이 붉은 노을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일몰 시간에 맞춰 찾아갔지만 야속하게도 검은 구름만 가득했다. 노을 없는 갯벌은 시커먼 날 것 그대로였다. 썰물이 만든 구불구불한 물길과 뻘배가 쓸고 간 자국들이 선명했다. 다음에 꼭 다시 찾을 이유 하나를 찾은 걸로 만족했다. 봉우리가 마치 소가 ‘누워있는’ 듯하고 산 아래도 ‘따뜻한’ 물이 흐른다고 와온이란 이름을 붙였다.
(일몰 사진 제공: 순천시청)


위치해룡면 상내리

소가 누운 듯도 하고 따스한 물도 흐르는
와온해변


와온해변은 작가들 사이에서 이미 노을 사진 포인트로 유명하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밥그릇을 엎어놓은 듯한 학섬 그리고 꼬막채묘장이 붉은 노을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일몰 시간에 맞춰 찾아갔지만 야속하게도 검은 구름만 가득했다. 노을 없는 갯벌은 시커먼 날 것 그대로였다. 썰물이 만든 구불구불한 물길과 뻘배가 쓸고 간 자국들이 선명했다. 다음에 꼭 다시 찾을 이유 하나를 찾은 걸로 만족했다. 봉우리가 마치 소가 ‘누워있는’ 듯하고 산 아래도 ‘따뜻한’ 물이 흐른다고 와온이란 이름을 붙였다.
(일몰 사진 제공: 순천시청)


위치해룡면 상내리

생각이 생각을 잇다
순천왜성

숨 막히는 풍경 때문일까. 앞선 장소들은 생각을 멈추게 하거나 덜어주었다. 반면 순천왜성은 여러 가지를 불러일으킨다. 왜 하필 여기에 왜성이 있을까? 누가 지키고 누가 공격했을까? 어떻게 싸웠을까? 만약 승패가 뒤바뀌었다면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 중국 명의 장군 유정, 조선 육군 도원수 권율 그리고 명의 제독 진린과 이순신 장군까지 이 성을 둘러싸고 임진왜란 마지막 전투를 벌였다. 결국 왜장 고니시를 노량 앞바다로 끌어내어 대승을 거두었고 이순신 장군은 전사했다.
야트막한 언덕이지만 사방으로 탁 트여 전략적 요충지란 말이 실감난다. 살을 베어낼 듯이 날카로운 성벽 모서리 넘어 대한민국의 거대하고 힘센 공장들이 광양만 가득 보인다.


위치해룡면 신성리 산1

생각이 생각을 잇다
순천왜성


숨 막히는 풍경 때문일까. 앞선 장소들은 생각을 멈추게 하거나 덜어주었다. 반면 순천왜성은 여러 가지를 불러일으킨다. 왜 하필 여기에 왜성이 있을까? 누가 지키고 누가 공격했을까? 어떻게 싸웠을까? 만약 승패가 뒤바뀌었다면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 중국 명의 장군 유정, 조선 육군 도원수 권율 그리고 명의 제독 진린과 이순신 장군까지 이 성을 둘러싸고 임진왜란 마지막 전투를 벌였다. 결국 왜장 고니시를 노량 앞바다로 끌어내어 대승을 거두었고 이순신 장군은 전사했다.
야트막한 언덕이지만 사방으로 탁 트여 전략적 요충지란 말이 실감난다. 살을 베어낼 듯이 날카로운 성벽 모서리 넘어 대한민국의 거대하고 힘센 공장들이 광양만 가득 보인다.


위치해룡면 신성리 산1


남도 밥상은 보기만 해도 달다
산들담은

꼬막이냐 떡갈비냐. 즐겁게 고민한 끝에 떡갈비를 골랐다. 남도는 밥상이라고 할 만큼 인심과 손맛이 뛰어나다. 사실 어느 가게를 가도 모자라지 않는다. 세트 메뉴를 주문했는데 샐러드, 샤브샤브, 명태튀김이 차례로 나온다. 떡갈비는 등장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배가 부르다. 드디어 한우와 한돈으로 만든 떡갈비가 한 덩어리씩 나온다.
양파와 고추가 담긴 초간장을 찍어 먹으니 희한하게 못 먹어본 꼬막이 떠오른다. 먹으면서 먹는 거 이야기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데 떡갈비가 그렇고 순천이 그렇다.


위치해룡면 정채봉길 30

남도 밥상은 보기만 해도 달다
산들담은


꼬막이냐 떡갈비냐. 즐겁게 고민한 끝에 떡갈비를 골랐다. 남도는 밥상이라고 할 만큼 인심과 손맛이 뛰어나다. 사실 어느 가게를 가도 모자라지 않는다. 세트 메뉴를 주문했는데 샐러드, 샤브샤브, 명태튀김이 차례로 나온다. 떡갈비는 등장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배가 부르다. 드디어 한우와 한돈으로 만든 떡갈비가 한 덩어리씩 나온다.
양파와 고추가 담긴 초간장을 찍어 먹으니 희한하게 못 먹어본 꼬막이 떠오른다. 먹으면서 먹는 거 이야기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데 떡갈비가 그렇고 순천이 그렇다.


위치해룡면 상내리

글, 사진 밥장 여행작가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통영문화살롱 ‘내성적싸롱호심’ 주인장. 그림 그리고 글 쓰고 여행 다니며 15년 넘게 낭창낭창하게 살다. 2016년부터 통영에 살며 문화살롱을 운영한다. 은퇴 없는 세상이 최고의 복지국가란 믿음으로 즐겁게 먹고 살 궁리를 멈추지 않는다. 멋진 여성이랑 맥주 홀짝거리며 수다 떠는 걸 가장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