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방송과 저서, 칼럼을 통해 쉽고 재미있는 건축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현준 교수. 이 시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의미에 대해, 그리고 코로나 시대 공간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Q. 늘 방송을 통해서만 뵙다가, 이렇게 ‘캠코 미팅’으로 가까이서 만나게 되니 더 반갑습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유현준: 코로나19 때문에 강연은 예전보다 좀 줄었고요. 건축설계 쪽은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일들이라 계속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Q.코로나19로 사회 전반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도시 계획이나 건축에서도, 이제 전염병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유현준:
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도시 디자인에는 큰 변화들이 있었는데, 그 각각의 변화들은 다 어떻게 보면 ‘전염병’이 큰 역할을 했어요.
초창기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도시가 만들어진 이유도, 전염병에 잘 견딜 수 있을 만한 환경을 찾다보니까 자연발생적으로 그런 건조한 기후대에 도시가 만들어진 것이죠. 파리가 하수도를 만든 것도 장티푸스나 콜레라 같은 수행성 전염병을 견디기 위해서였고요.
우리나라 영조 때는 청계천 준설 사업을 했는데, 그것 역시 청계천이 계속 범람해서 우물을 오염시키고 전염병이 돌게 되었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도시 인프라를 만든 거였거든요. 그러면서 도시는 계속해서 진화와 발전을 해왔죠.
21세기 사회는 항공망으로 너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도시는 어떻게 보면 다른 어느 때보다 전염병에 취약한 컨디션이에요. 다른 전염병이 비행기 타고 날아올 수 있기 때문에, 그것에 맞는 도시공간 구조로 다시 바꿔야 될 때가 된 거죠. 21세기에는 이 문제들에 대해 먼저 대비하는 도시들이 앞서 나가게 될 겁니다.
Q. 늘 방송을 통해서만 뵙다가, 이렇게 ‘캠코 미팅’으로 가까이서 만나게 되니 더 반갑습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유현준: 코로나19 때문에 강연은 예전보다 좀 줄었고요. 건축설계 쪽은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일들이라 계속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Q.코로나19로 사회 전반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도시 계획이나 건축에서도, 이제 전염병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유현준:
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도시 디자인에는 큰 변화들이 있었는데, 그 각각의 변화들은 다 어떻게 보면 ‘전염병’이 큰 역할을 했어요.
초창기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도시가 만들어진 이유도, 전염병에 잘 견딜 수 있을 만한 환경을 찾다보니까 자연발생적으로 그런 건조한 기후대에 도시가 만들어진 것이죠. 파리가 하수도를 만든 것도 장티푸스나 콜레라 같은 수행성 전염병을 견디기 위해서였고요.
우리나라 영조 때는 청계천 준설 사업을 했는데, 그것 역시 청계천이 계속 범람해서 우물을 오염시키고 전염병이 돌게 되었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도시 인프라를 만든 거였거든요. 그러면서 도시는 계속해서 진화와 발전을 해왔죠.
21세기 사회는 항공망으로 너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도시는 어떻게 보면 다른 어느 때보다 전염병에 취약한 컨디션이에요. 다른 전염병이 비행기 타고 날아올 수 있기 때문에, 그것에 맞는 도시공간 구조로 다시 바꿔야 될 때가 된 거죠. 21세기에는 이 문제들에 대해 먼저 대비하는 도시들이 앞서 나가게 될 겁니다.
Q. 앞으로 도시공간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까요?
유현준:
지금은 한쪽만 밀도가 높은 ‘중앙 집중적인’ 도시공간인데요, 앞으로는 ‘다획 구조’로 바뀌어갈 것 같아요. 큰 규모라기보다는, 잘게 쪼개는 쪽으로 공간이 발달하는 거죠.
예를 들어 학교 같은 경우, 1000명의 전교생이 있는 학교가 하나 있는 것보다, 100명의 전교생이 있는 학교 10개 생기는 식인 거죠. 회사는, 커다란 그룹 안에 몇 천 명이 같이 근무하는 게 아니라 지역마다 거점 오피스를 만드는 식으로 가게 될 거예요. 우리는 텔레커뮤니케이션이 발달했기 때문에 이런 형태를 잘 조율할 수 있는 상황이 이미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적정한 밸런스를 맞추는 쪽으로 변화할 거라고 봐요.
Q.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는 것처럼 도시도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됩니다. 도시가 오래되어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유현준:
오래된 도시는 시간의 흔적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스토리가 많이 있죠. 꼬불꼬불한 골목길은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졌어요. 100년 전 혹은 200년 전의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만들어진 길이 현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그러니까 ‘골목길’이란 공간을 통해서, 100년 전의 사람과 지금의 우리가 서로 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래된 도시일수록 스토리가 풍부하니 그런 연결고리가 많아져요. 반면에 기능적으로는 떨어지는 부분들이 많으니 물리적으로 개선해가면서 그 중간 어디를 찾아야 하겠죠.
Q.공공청사가 시민에게 열린 공간으로서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유현준:
우리나라가 아무래도 시민사회의 시간이 좀 짧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근대화가 압축적으로 빠르게 진행됐죠. 우리가 근대사회를 접한 것은 거의 일제강점기 때부터여서, 그때 들어왔던 강압적인 행정부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행정 절차들이 많이 민주화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좀 불편하게 느껴지는 공간들이 있죠. 그리고 그 관습들이 사라지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Q.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어떤 부분들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유현준:
지금 많은 공공기관 건물들이 외양 자체가 권위적이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구청 건물들뿐만 아니고, 법원이라든지 시청 건물 등은 대부분 좌우대칭으로 권위적인 모습을 띄고 있고 높은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게끔 되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다 건축적으로 권력의 차이를 표현하는 것이거든요. 이런 부분들을 좀 더 간소화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저는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특징인 ‘처마공간’ 같은 게 많을수록 좋을 거 같아요. 옛날 건물들은 목조 구조니까 비를 맞지 않게 하기 위해서 처마를 길게 뽑았어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공간이 ‘툇마루’인데, 그게 바로 ‘중간층’이라고 하는 공간이거든요. 내부도 아니고 외부도 아닌, 훨씬 더 열린 느낌이 나는 공간이죠.
Q.
최근 캠코는 구도심에 위치한 노후청사를 복합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도시와 해당 지역주민에게 더욱 도움이 되려면 어떤 점들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까요?
유현준:
옛날에 있었던 흔적들을 건드리는 일이기 때문에, 일부 보존을 하면서 새로운 건물을 지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오래된 골목길이 있었던 지역을 재건축을 한다면, 그 골목길의 모양만 유지하면서 건물을 배치하는 식으로요. 반드시 전체를 다 유지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서울시립미술관의 경우 옛날 건물을 리모델링했는데, 그 안은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했지만 외면은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처럼요. 우리가 꼭 보존해야 하는 건물이 있다면, 그 흔적들을 조금씩 남기면서 보수해가면 훨씬 더 스토리가 있는 건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오래된 도시의 매력을 찾아내는 선생님만의 시선이 궁금합니다.
유현준:
저는 오래된 건물을 보면, 그 건물을 지을 때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을 해봐요.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경제적인 제약들, 기술적인 제약들, 그리고 구성원들간의 사회적인 관계, 이런 거에 의해서 그렇게 만들어진 거잖아요.
성수동에 있는 카페들도 한때 공장이었던 곳들이잖아요. 요즘 핫한 을지로도 그렇고. 하지만 지금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죠. 오래 전 이 건물의 용도는 뭐였을까, 그 용도가 뭐였길래 이런 형태로 만들어졌을까…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면 빈 공간 안에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어요.
Q.
코로나19로 지금 우리는 공간 안에 갇힌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유현준:
코로나블루로 요즘 모두 우울하죠. 그 이유는 공간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
예전에는 내가 누리는 공간들이 좀 작아도, 카페도 가고 극장도 해외여행도 가고… 나의 공간을 확장해서 쓸 수 있었죠. 하지만 이제 그렇지 못하니까 내가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엄청나게 줄어든 거예요.
사실 사람의 권력과 내가 누릴 수 있는 공간은 비례하게 돼있어요. 그러기 때문에 회장님 방은 크고 말단사원의 자리는 좁은 거예요. 그러니 지금 같이 운신의 폭이 확 줄어들게 되면, 우리의 권력과 삶이 확실히 축소된 느낌이 들게 돼요. 그래서 우울하게 느껴지고 일상이 단조롭게 되는 거죠.
Q.
그렇다면 한정된 공간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유현준:
같은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행동을 다르게 하면 다른 기억으로 느껴질 수가 있어요. ‘마당’을 생각해보세요. 마당 자체가 좁더라도 그 공간이 넓게 느껴지는 이유는, 봄철에 꽃피고 여름에 비 내리고 가을에 낙엽 떨어지고 겨울에 눈 내리고 하는 식으로 다양한 기억들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과거에는 집이 그저 잠만 자고 TV만 보는 공간이었다면, 안 하던 요리도 해보고 하는 식으로 같은 공간에서 기존과 다른 행동들을 해보세요. 베란다 등 안 쓰던 공간을 좀 바꿔보는 것도 좋겠고요. 조명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어요. 손쉽게 스탠드 몇 개만으로도, 혹은 조명의 각도나 색을 바꾸는 정도로도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낄 수 있게 돼요.
Q.
공간을 바꾸지 않고 공간을 즐기는 방법도 있을까요?
유현준:
혼자서 산책을 하면서 도시 탐방을 해보는 것도 좋겠어요. 늘 다니던 길 말고, 내가 다니던 반대 방향의 길을 걸어본다든지, 안 가던 방향의 아파트 단지를 탐험해본다든지, 그런 과정을 통해 영역이 굉장히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을 거예요.
왜, 우리가 음악은 여러 가지 듣잖아요? 기분 좋을 때 듣는 음악이 있고, 우울할 때 듣는 음악도 있고… 그런 것처럼 공간에도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도시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요? 유현준: 2020년은 누구나에게나 다, 인생에 기억될 만큼 힘든 한해였던 거 같아요. 하지만 모두들 잘 견뎌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자긍심을 높일 만한 일들도 많았던 것 같고요. 그러니 내년도에는 좀더 힘을 내서 자신감 있게 헤쳐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