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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공식을 거부한다
: 테크 네이티브 잘파(Zalpha)세대의 소비 방식
최신 트렌드 |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교수

잘파(Zalpha)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잘파는 1990년대 중반 - 2009년에 태어난 세대와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알파(alpha)세대를 합친 용어입니다. 잘파라는 표현은 호주 마크맥크린들 연구소에서 처음 사용했는데요,
알파벳A~Z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Z세대와 구분 지어 새로운 세대를 의미하기 위해 그리스문자의 첫 글자인 알파를 사용했습니다. 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친 MZ세대에 비해 잘파세대라는 표현은 아직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잘파세대 vs MZ세대: 세대 구분의 의미

사회학에서는 태어난 년도에 기반해 세대를 구분합니다. MZ세대 또는 잘파세대처럼 세대를 구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회적인 입장에서는 시대적/역사적 사건을 동시에 경험한 사람들을 그룹지어 공통적인 특징을 이해할 수 있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유사성에 기반한 그룹(segmentation)에게 효율적으로 마케팅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MZ세대간 유사성 보다 잘파세대간 유사성이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잘파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를 넘어서 테크 네이티브(Tech Native) 세대입니다. 2007년 스마트폰 탄생 이후, 2010년 아이패드와 인스타그램, 2018년 틱톡이 등장하면서 인간의 삶은 디지털에 기반하게 되었는데, 팬데믹 3년동안 디지털 집중화가 더욱 가속화되었죠. 때문에 알파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행동패턴이 몸에 배어있고, 어린 시절부터 자신들의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는데 훨씬 더 익숙한 자본주의 키즈입니다.

잘파세대가 소비에서 중요한 이유

진정한 테크 네이티브 잘파세대는 소비자로서도 중요합니다. 우선, 이들은 3-5년 안에 인구수로는 2025년까지 Z세대 22억명, 알파세대 20억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한국의 경우 출산율이 더욱 낮아지면서 알파세대 숫자가 적다고 간과할 수도 있지만, 한 명의 아이한테 집중되는 자본이 늘어났다는 점이 역설적입니다. 출산율 감소로 인해 오히려 한 명의 아이에게 부모, 조부모, 고모, 이모, 삼촌 등 온 가족이 관심을 집중한다고 해서 ‘10포켓’으로 불리는데, 그만큼 금전적 여력이 이전 세대와 남다른 것이죠.
이미 많은 글로벌 업체들이 잘파세대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와 상품들을 속속 론칭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플랫폼 서비스 ‘쇼피파이(Shopify)’는 “알파세대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면 때는 이미 늦었다!”라고 강조하며 10대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비즈니스 키트를 선보였습니다. 아마존도 틴 로그인(Teen Login)이라는 서비스를, 우버도 10대 전용 계정을, 그린라이트(Greenlight)라는 금융 서비스는 주식투자까지 할 수 있는 10대 전용 계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을 거부하며 진정성이 반영된
소통과 소비를 원하는 잘파세대

잘파세대의 소비 특성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익명성과 알고리즘을 거부하는 일명, ‘안티알고리즘(Anti-algorithm)’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디지털 속에 있지만 클릭 하나하나의 데이터 추적에는 거부감이 높은 것이 양면적인 특징인데요. 사실 잘파세대는 알고리즘으로 추천되는 콘텐츠로 새로운 브랜드들을 아는 것을 틱톡에 자랑하면서, #틱톡이내가이걸사게만들었어(#Tiktokmademebuyit)라는 해시태그를 유행시킨 반면 디지털 영역에서 추적될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기도 합니다. 인터넷을 익명 모드로 이용하거나, 소셜미디어 계정을 학습과 게임, 음악 듣기용 등 여러 계정으로 나눠 관리하는 것이죠.
같은 맥락에서  안티알고리즘 소셜미디어인 비리얼(BeReal)이나 테입리얼(TapeReal) 등에도 주목했습니다. 비리얼은 인스타그램처럼 최고의 모습을 사용자가 원할 때 올리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한 번 비리얼에서 보내는 알림이 온 2분동안 자신의 리얼한 모습을 올린다는 개념의 소셜미디어인데요. 2019년 론칭 이후 2022년 iOS 1위를 기록하고 4,600만번 이상 다운로드 되는 등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다만 매일 전날 업로드된 영상이 사라지는 UX로 인해 지금은 그 인기가 줄어든 상황입니다만, 안티알고리즘과 안티인스타, 안티소셜미디어를 잇는 맥락의 트렌드는 잘파세대가 ‘진정성’을 원한다는 사실을 수면 위로 부상시킨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너무 진지한 맥락보다는 단기적이고
가벼움이 반영된 소비를 선호

잘파세대의 중요한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무겁거나 진지한 것보다 단기적이고 가벼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입니다. 이같은 특성이 잘 나타나는 영역이 콘텐츠 소비입니다. 틱톡의 15초 숏폼과 1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을 어릴 때부터 손가락으로 넘기며(tapping)하며 콘텐츠를 소비해온 잘파세대는 긴 호흡의 콘텐츠에는 익숙치 않습니다. 이들은 넷플릭스에서도 빨리 감기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유튜브에서는 요약본을, 그것도 빨리 보기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여러 연구들을 보면 밀레니얼 세대의 주의 집중 시간(attention span)은 20초, Z세대는 8초, 알파세대는 3초라는 결과들이 있습니다. 그만큼 어린 세대일수록 한 곳에 집중하는 주의 집중 시간이 짧다는 것인데요. 네이버나 다음 등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도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도 잘파세대가 원하는 콘텐츠 형식을 고려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가볍고 편의성 높은 소비를 원하는 잘파세대의 식문화 또한 기존 개념과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F&B에서도 간편히,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는, 일명 간식이 식사를 대신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간식을 식사처럼 메뉴화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이죠. 예를 들면, 요거트에 망고 살사 등을 얹고 감자칩 몇 조각을 추가한 한 끼 식사 메뉴를 판매하는 쵸바니(Chobani)가 좋은 사례입니다.

소셜임팩트를 실천하는 브랜드를 선호하고
구매하는 잘파세대

마지막으로, ‘소셜임팩트’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소셜임팩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이전세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큽니다. 2022년 YouGov의 조사결과를 보면, Z세대가 쿨(cool)하게 생각하는 패션브랜드 랭킹에 소셜임팩트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비즈니스 미션으로 삼는 파타고니아가 포함되어 있었던 반면, 밀레니얼 소비자의 랭킹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Z세대가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브랜드를 지지하고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 지지하는 경향이 높은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 브랜드 선호와 구매에서도 실제로 ‘소셜임팩트’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죠.
한편, 아직 어린 알파세대는 Z세대에 비해 오히려 다양성(Diversity)과 평등(Equity), 포용(Inclusion)을 의미하는 DEI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어렸을때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글로벌 소식을 접했고, 특히 미국의 경우는 2010년대 후반 흑인인권운동이라는 엄청난 이슈를 직접 겪으면서 DEI를 피부로 느낀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잘파세대라는 용어는 약간 생소할 수 있어도, 마케터와 기업의 경우 이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들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디자인 해야할 시점임은 분명합니다. 물론 잘파세대(vs MZ세대)라는 세대구분으로 같은 범주에 들어가는 개개인을 동일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지만, 이들의 유사성을 감안하고 비즈니스에 반영하는 것은 MZ세대 기반 접근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잘파세대의 특성을 고려한 서비스와 소비자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비리얼같은 서비스를 론칭하거나, 이렇게 진정성을 담은 특징을 서비스에 적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CU가 진행했던 2023년 편의점 의자를 끌어당길 때 나는 소리를 의미하는 ‘그르르..갉’이라는 프로모션은, 편의점 앞에 음료수 한 캔을 두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잘파세대의 표현을 적용한 사례라고 참고할 만 합니다. 반면, 너무 무거운 맥락보다 가벼운 맥락을 원하는 경향을 고려할 땐, 상품 정보의 경우도 간략한 키워드 중심으로 소통하거나, F&B의 경우 창의적인 앵글로 만들어진 비주얼로 가시성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셜임팩트의 경우, 잘파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선 차별화시켜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메세지는 Z세대에 더 어필할 수 있고, DEI를 강조하는 메세지는 알파세대에게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랄프로렌 같은 경우,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랄프로렌 공간에서 판매되는 아바타 아이템들은 모두 젠더-프리(gender-free)로 구성되어 있는데, 메타버스의 주요 사용자가 될 알파세대를 고려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비즈니스에서도 잘파세대의 독특한 성향과 소비트렌드를 어떤 식으로 반영할지 고민을 시작할 타이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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