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영국의 재정에 관해서도 물었다. 영국의 재정수입이 연간 500만 파운드에서 600만 파운드 정도된다고 하더니 지출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그 배는 되는 것으로 얘기하는데, 따라서 나의 계산이 엉터리가 아닌가하고 이의를 다는 것이었다. 왕은 영국국가의 채권자는 누구며 그에 갚을 돈을 어떻게 구하는 지를 물었다. 왕은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전쟁에 관한 얘기를 듣고는 크게 노하면서 그것이 사실이라면 영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전쟁을 좋아하는 아주 고약한 사람들일 것이라고 했다.”
대인국의 왕과 걸리버의 대화다. 어린이가 읽기에 적합한 동화가 맞을까? <걸리버 여행기>는 사회비판적인 성인용 풍자소설이다. 아니 풍자를 넘어서 금서에 가까운 불경한 책이었다. 저자인 조나단 스위프트는 심프슨이라는 가명으로 책을 썼고, 출판업자는 원고에 마구 칼질을 해댔다. 선동죄로 붙잡혀갈 것을 우려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