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통용되었던 상식이 오늘 적용할 수 없는 비상식이 된다. 어제 과제를 해결했던 공식이 오늘 주어진 숙제를 푸는 데 도움 되지 않는다. 과거 세대에 통용되던 기준이 미래 세대에도 고스란히 수용될 수는 없다. 지난날에 경험했던 지침을 던지면, ‘꼰대’라는 오늘날의 일침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표준은 고리타분한 고전이 되고, 경험은 쓸데없는 고집이 된다. 환경은 변화했고, 변화한 환경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앱노멀(abnormal) 즉 ‘이상한 것’이 아니라, 뉴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표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2022년 뉴노멀 시대, 새롭게 전개될 주요 경제변화를 탐색하고 달라진 환경에 맞는 대응전략을 모색해보자.필자는 『위드 코로나 2022년 경제전망』을 통해, 2022년을 경제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회귀점(Point of Turning Back)’으로 정의했다. 총량적으로 혹은 규모면에서 경제가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해도, 경제구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2022년에 전개될 주요 변화를 주지하고, 달라진 환경에 맞게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IMF는 ‘Divergent Recoveries’이라고 표현했고, 월드뱅크(World Bank)는 ‘Uneven Economies’라고 명명했다. OECD는 12월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The global recovery is continuing, but remains imbalanced’라고 2022년 경제를 설명했다. 표현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모두 선진국과 개도국들이 불균형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선진국과 저소득국이 방역 인프라 등의 코로나19 대응 수준과 백신 접종속도가 달라서, 경제의 회복속도도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사실상 2022년의 세계경제 회복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 개발도상국이나 저소득 국가들은 오히려 더욱 어려운 국면에 놓이게 된다.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되고, 공급망 병목현상 장기화됨에 따라 GVC가 붕괴되고 있다. 미국 국민의 중국에 대한 비호의적 정서가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11월에 치러질 중간 선거를 앞두고 중국을 더욱 강경하게 대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진핑 주석도 2022년 하반기에 20차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기 위해 미국의 맹공에 강 대 강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우방국들은 중국 우방국들로부터 조달받는 원자재와 부품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국들은 주력산업의 내재화 전략(Internalization Strategy)을 펼치고 있고, 주요 소재와 부품을 안정적으로 수급받기 위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즉,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 하고 있다. 2000년대 디지털 플랫폼이 범용화되기 시작했고, 2010년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었고, 2020년대에는 메타버스와 NFT(Non-Funsible Token)가 광범위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비대면 서비스가 대면 서비스를 압도하는 언택트 시대다. 데이터가 석유보다 더 중요한 자원이 되는 데이터 경제다.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사라지는 가상 경제가 온다.
즉, 에너지 대전환(Energy Transition)의 가속화다. 고래기름에 의존하던 사회에서 석유를 발견한 일은 고래를 구원한 ‘친환경적’ 전환이었다. 지금은 온실가스를 줄이고 지구 온난화를 막을 재생에너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친환경적’ 전환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풍력,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늘리기 위해 경주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가장 중대한 위협요인으로 경고하고 있는 동시에, 가장 유망한 비즈니스 기회로 주목하고도 있다. 그만큼 국제기구를 비롯한 각국 정부는 환경정책에 관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고, 기업들은 신산업 선점을 위해 경주하고 있으며, 가계의 환경의식 수준이 개선되고 있다.
2015~2020년 4차 산업혁명이 세계경제의 흐름을 주도한 키워드가 되었듯, 2021년 이후 ESG가 산업에 가장 중대한 쟁점으로 자리할 것이다.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탄소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ESG와 같은 비재무적 목적이 재무적 목적에 반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이제 기업은 기후변화 대응과 사회문제 해결과 같은 노력이 이윤극대화 목표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기회를 주는 필수 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과거의 질서는 무질서가 되고, 새로운 질서가 등장한다. 과거의 표준이 더는 통용되지 않는 고물이 된다. 달라진 환경에 달라진 대응이 필요하다. 기업경영과 정책기조 및 투자방법 마저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세계경제가 회복되지만 달라진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는 주체만이 그 회복세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달라진 시대 달라진 대응이 필요하다.
‘경제 읽어주는 남자’로 잘 알려진 김광석 이코노미스트는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와 현대경제연구원,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서 주요 경제 이슈를 분석해왔다. 현재는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으로 실물경제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유튜브 ‘경제 읽어주는 남자’를 통해 매주 경제 현안을 강의하고 있으며, 정부 부처의 자문위원 및 기획·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한 지략을 제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한 권으로 먼저 보는 2019년 경제 전망』, 『포스트 코로나 2021년 경제 전망』, 『위드 코로나 2022년 경제 전망』, 『경제 읽어주는 남자』『경제 읽어주는 남자의 디지털 경제지도』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