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정권이 공동의 안전을 위해 힘을 합친다는 구상은 몇 달 전만 해도 말이 안 되는 공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양측은 즉시 회동을 갖고 머리를 맞댔다. 북미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남과 북 최고 수반이 번개로 만나는 시대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가 새롭게 보이는 까닭이다.

남북의 정권이 공동의 안전을 위해 힘을 합친다는 구상은 몇 달 전만 해도 말이 안 되는 공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양측은 즉시 회동을 갖고 머리를 맞댔다. 북미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남과 북 최고 수반이 번개로 만나는 시대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가 새롭게 보이는 까닭이다.

남과 북을 향한
새로운 시선

북한에 쿠데타가 일어난다. 북한1호(국무위원장)는 경제를 살려 북한 인민들을 통치하고 싶지만 군부의 생각은 다르다. 핵을 보유하고도 사용하지 않는 북한1호를 이해할 수 없다. 핵은 곧 힘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중국기업을 방문한 북한1호 머리 위로 살상무기인 스틸레인이 쏟아진다. 치명상을 입은 북한1호는 평양이 아닌 가까운 남으로 향한다. 북을 장악한 쿠데타 세력은 남한에 선전포고를 한다. 남한정부로서는 북한1호가 쿠데타 세력을 진압해주는 게 최선이다. 완치된 북한1호는 북으로 되돌아가 쿠데타 세력을 진압한다. 그리고 전쟁을 막는다. 여기까지가 바로 영화 <강철비>의 이야기다.

남과 북을 향한
새로운 시선

북한에 쿠데타가 일어난다. 북한1호(국무위원장)는 경제를 살려 북한 인민들을 통치하고 싶지만 군부의 생각은 다르다. 핵을 보유하고도 사용하지 않는 북한1호를 이해할 수 없다. 핵은 곧 힘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중국기업을 방문한 북한1호 머리 위로 살상무기인 스틸레인이 쏟아진다. 치명상을 입은 북한1호는 평양이 아닌 가까운 남으로 향한다. 북을 장악한 쿠데타 세력은 남한에 선전포고를 한다. 남한정부로서는 북한1호가 쿠데타 세력을 진압해주는 게 최선이다. 완치된 북한1호는 북으로 되돌아가 쿠데타 세력을 진압한다. 그리고 전쟁을 막는다. 여기까지가 바로 영화 <강철비>의 이야기다.

영화 <강철비>는 남과 북을 적과 아군으로 이분화하지 않는다. 쿠데타 세력에 맞서야 하는 북한정권과 북한 내전으로 자칫 전쟁에 휘말릴 위기에 처한 남한정부가 공동이익을 위해 협조한다. 남은 남으로서, 북은 북으로서 서로의 정권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적대적 관계가 아니다. 공존을 찾는다. 영화의 원작은 2011년 웹툰 <스틸레인>이다. 이 웹툰의 스토리 작가가 바로 양우석 감독이었다.

남북의 시각이 달라지니 등장인물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다. 통상 한국영화에서 북한 특수요원은 오직 당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전사로 그려졌다. 하지만 살인기계인 엄철우(정우성 분)는 아니다. 딸에게 고기를 구워주는 자상한 아빠다. 몸이 성치 않은 그는 자나 깨나 가족들 걱정이다. 자신의 가족을 ‘공화국을 지킨 영웅가족으로 대접하겠다’는 거래를 제안받고 목숨 걸고 정치게임에 뛰어든다. 쿠데타를 막으면 그의 아내와 딸은 쿠바 대사관에서 일할 수 있다. 더 이상 가족을 당을 위해 희생시키는 존재로 보지 않는다. 당도 소중하지만 내 가족은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2030이 4050과 다르듯 북한의 2030도 마찬가지다. 당과 수령에 무한 충성을 보내지 않는다. 사유재산에 눈을 뜨고, 개인의 이익을 중시한다. 이런 성향의 2030을 ‘장마당 세대’라고 부른다. 이른바 북한판 밀레니얼 세대다. 북한에서는 ‘새 세대’라고 부르는데 북한 인구의 절반쯤 된다. 그러니 북한도 밑에서부터 바뀔 수밖에 없다.

장마당이란 시장을 의미한다. 사회주의 배급 체계인 북한에는 원래 시장이 없다. 장마당은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이 낳은 산물이다. 당시 김일성 주석 사망, 소련 붕괴, 가뭄과 추위 등이 겹치면서 북한의 배급망이 붕괴됐다. 그야말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일본 공산당 기관지는 당시 아사한 사람이 300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은 북한 인구 추계를 근거로 33만 명가량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남한에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면, 북한에는 장마당 세대가 있다

남한에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면,
북한에는 장마당 세대가 있다

한국의 2030이 4050과 다르듯 북한의 2030도 마찬가지다. 당과 수령에 무한 충성을 보내지 않는다. 사유재산에 눈을 뜨고, 개인의 이익을 중시한다. 이런 성향의 2030을 ‘장마당 세대’라고 부른다. 이른바 북한판 밀레니얼 세대다. 북한에서는 ‘새 세대’라고 부르는데 북한 인구의 절반쯤 된다. 그러니 북한도 밑에서부터 바뀔 수밖에 없다.

장마당이란 시장을 의미한다. 사회주의 배급 체계인 북한에는 원래 시장이 없다. 장마당은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이 낳은 산물이다. 당시 김일성 주석 사망, 소련 붕괴, 가뭄과 추위 등이 겹치면서 북한의 배급망이 붕괴됐다. 그야말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일본 공산당 기관지는 당시 아사한 사람이 300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은 북한 인구 추계를 근거로 33만 명가량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극심한 식량난에 사람들은 갖고 있는 것을 팔아서 식량을 구했다.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장마당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인민의 주린 배를 책임지지 못한 북한정권은 막을 방법이 없었다. 2003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시장을 인민 생활에 편리하고 나라의 경제 관리에 유리한 경제적 공간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방침’을 제시하며 장마당을 공식 인정했다.

2018년 기준 북한 전역에 공인받은 장마당만 500개에 육박한다. ‘달러만 주면 탱크도 구해준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장마당은 활성화됐다. 생필품부터 전자제품, 휴대폰까지 없는 게 없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중국과 접한 함경북도, 양강도 장마당의 물건이 가장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의 첫 배경 또한 평안남도 평성시에 있는 한 장마당이다. 엄철우는 여기에 병원에서 받은 진통제를 팔러 나온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서다. 철우가 깽깽이국수(잔치국수)를 사 먹는 곳도 장마당이다.

장마당,
북한 경제를 흔들다

장마당에서 물품을 사고팔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을 빌려야 했다. 사금융이 자생적으로 생겨났다. 일부는 북한식 신흥자본가로 성장했다. 이른바 ‘돈주’다. 돈의 주인이란 뜻이다. 돈주들은 고리대금 이자놀이부터 부동산, 유통, 무역 심지어 밀수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 전체 경제에서 시장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2015~2016년 북한 경제가 성장한 배경에는 장마당을 통한 경제 활성화가 컸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고난의 행군 당시 많은 아이들이 장마당에 물건을 팔러 나왔다. 이들은 물건을 사고팔면서 자연스럽게 자본주의를 체험하게 됐다. 이 시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유럽에서 공부하며 자본주의를 접했다. 김 위원장이 장마당을 적극 지원하는 배경이다.

장마당,
북한 경제를 흔들다

장마당에서 물품을 사고팔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을 빌려야 했다. 사금융이 자생적으로 생겨났다. 일부는 북한식 신흥자본가로 성장했다. 이른바 ‘돈주’다. 돈의 주인이란 뜻이다. 돈주들은 고리대금 이자놀이부터 부동산, 유통, 무역 심지어 밀수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 전체 경제에서 시장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2015~2016년 북한 경제가 성장한 배경에는 장마당을 통한 경제 활성화가 컸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고난의 행군 당시 많은 아이들이 장마당에 물건을 팔러 나왔다. 이들은 물건을 사고팔면서 자연스럽게 자본주의를 체험하게 됐다. 이 시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유럽에서 공부하며 자본주의를 접했다. 김 위원장이 장마당을 적극 지원하는 배경이다.

북한 경제는 2009년 화폐 개혁 실패를 계기로 계획경제를 벗어나 시장과 결합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제 구조는 과거의 사회주의 경제 논리로는 해석되지 않는다”며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을 통해 이중 경제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달러라이제이션은 달러를 자국 화폐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2009년 12월 북한은 기존 화폐 대신 새 화폐를 쓰는 화폐 개혁을 실행했지만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2013년 초반까지 물가가 수천 배 이상 폭등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달러를 선호하는 현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런 달러를 돈주와 일반 주민들이 보유하기 시작하면서 자원을 국가가 독점하고 분배하는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기반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장마당을 닫고 북한이 다시 과거의 계획경제로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폐기하고 경제 살리기에 나선 배경이다.

장마당으로부터
시작된 변화의 물결

다시 영화 속으로 가보자. 엄철우의 딸 인영은 지드래곤의 팬이다. 그의 노래 <삐딱하게>를 좋아한다. 엄철우는 “남조선 노래를 듣는 거이 아바지 어마니 죽창 치는 거야”라며 화들짝 놀라지만 대세를 막을 수 없다. 남한의 대중가요와 드라마는 장마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 중 하나라고 한다. 통상 USB에 담아 파는데 ‘오늘 뭐 맛있는 거 있어요?’가 소비자와 상인 간의 암호라고「워싱턴포스트」는 한 탈북자의 말을 통해 전했다. 아무리 엄혹한 곳이라도 문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한류는 그렇게 북으로 흘러 들어가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 남과 북은 가까워져 가고 있다. 남의 밀레니얼 세대, 북의 장마당 세대는 분단 이후 총부리를 거둔 첫 세대가 될 수 있을까. 성장 정체에 빠진 남, 빈곤 탈출이 절실한 북으로서는 경제적 이유만으로도 그래야 하는 이유가 충분히 있다.

장마당으로부터
시작된 변화의 물결

다시 영화 속으로 가보자. 엄철우의 딸 인영은 지드래곤의 팬이다. 그의 노래 <삐딱하게>를 좋아한다. 엄철우는 “남조선 노래를 듣는 거이 아바지 어마니 죽창 치는 거야”라며 화들짝 놀라지만 대세를 막을 수 없다. 남한의 대중가요와 드라마는 장마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 중 하나라고 한다. 통상 USB에 담아 파는데 ‘오늘 뭐 맛있는 거 있어요?’가 소비자와 상인 간의 암호라고「워싱턴포스트」는 한 탈북자의 말을 통해 전했다. 아무리 엄혹한 곳이라도 문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한류는 그렇게 북으로 흘러 들어가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 남과 북은 가까워져 가고 있다. 남의 밀레니얼 세대, 북의 장마당 세대는 분단 이후 총부리를 거둔 첫 세대가 될 수 있을까. 성장 정체에 빠진 남, 빈곤 탈출이 절실한 북으로서는 경제적 이유만으로도 그래야 하는 이유가 충분히 있다.

글. 박병률
『경향신문』경제부 기자로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기 위해 영화, 문학, 대중문화와 경제학을 접목하는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저서로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영화 속 경제학』『아이언맨 수트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 등이 있다.

글. 박병률
『경향신문』경제부 기자로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기 위해 영화, 문학, 대중문화와 경제학을 접목하는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저서로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영화 속 경제학』
『아이언맨 수트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 등이 있다.

장르 액션, 드라마
개봉 2017년 12월 14일
감독양우석
출연정우성(엄철우), 곽도원(곽철우)

장르 액션, 드라마
개봉 2017년 12월 14일
감독양우석
출연정우성(엄철우), 곽도원(곽철우)